세계 여행을 하다 보면 알겠지만 신기하게도 가난한 나라일수록 사람들이 밝고 즐거워 보인다. 그리고 선진국일수록 모두 고통에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다. 돈도 많고 한편으로는 풍요로울지라도.... 이유는 돈이나 타인과의 비교등 여러 가지 '속박'에 너무 얽매여서 살기 때문이다.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떨어져 있는 나무토막 하나만 가지고도 그렇게 즐겁게 놀 수 있고, 또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가치를 잃어버린 결과다.
그런 의미에서 2002년 한일 월드컵을 한번 돌이켜 보자. 공 하나로 전 세계가 그토록 흥분하고 즐거워할 수 있다는 것은 축구라는 스포츠가 인생의 진실을 말해 주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미국이 강하지 않다는 점이 매우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가치에서 보면 축구 따위는 하찮은 스포츠로 비춰질 것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사람들은 왜 자유롭지 못하게 손을 억압하고, 점수도 잘 얻지 못하는 저런 하잘 것 없는 게임에 흥분하는가'하고 말이다. 미국의 싸움이란 항상 풍부한 자원을 배경으로 한 물량전이었다. 스포츠 역시 그런 풍조에 길들여져 있다고 밖에 말할 여지가 없다.
미국인들은 미식축구처럼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장비를 몸에 휘드르고 나와서,
온힘을 다해 싸우는 것이 진정한 쾌락이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게임도 인생도 어떤 제한 속에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기쁨을 도출해 낼 수 있을까를 경쟁함으로서 얻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야기를 확대하자면 변심한 사랑도 마찬가지다. 전혀 제약도 없고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 '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인 사람들의 열렬한 연애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자라온 환경이 다르거나 수입이 다르고, 정반대의 배경을 가진 커플에게서 더 큰 열정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더 드라마틱하다. 이렇듯 인생이란 분명 제약이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힘이 솟아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힘은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힘이기도 하며, 혹은 생활을 즐기는 힘이기도 하며, 사랑의 묘약처럼 여러 가지 모습으로 다르게 다가오기도 한다.
"인생에는 하지 않아도 될 일이 가득하다" 본문 중 - 타카하시 류우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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